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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6년 06월 서한

장마가 시작된 6월, 정부 과제와 부하 테스트, 아이스크림 연구 사이에서 남겨 둔 느슨한 회고.

잘 지내시나요?

여기는 어제부터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공기가 더 무겁게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날도 많이 더워졌고, 핑계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일도 잘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매년 한 번씩은 꼭 이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계속하고는 있는데, 마음은 어딘가에 멈춰 있고, 몸은 해야 할 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이 시간을 잘 해결했던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냥 두었더니 어느새 다시 일을 하고 있었고, 그러다 또 어느 순간 비슷한 상태가 찾아오고, 이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늘 잘 해결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서한을 쓰게 된 계기를 생각해 보면 역시 저답게 즉흥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이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고, 그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매달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했고,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편지처럼 남겨두는 방식이 좋아 보였습니다.

사실 회고라는 말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잘 정리된 결론이 있어야 할 것 같고, 다음 계획도 또렷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서한이라고 부르니 조금은 느슨해지는 것 같습니다. 꼭 정답을 말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 덜 정리된 마음을 그대로 적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이 서한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쓰는 동안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무언가를 만들고, 증명하고, 해결하려고만 하다가 이렇게 아무에게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글을 쓰는 일이 생각보다 필요한 일이었나 봅니다.

혹여 지금 방황하고 계시다면, 다시 한 번 저를 믿고 같이 써보지 않겠습니까? 대단한 글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냥 지금의 상태를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나중의 나에게는 생각보다 큰 흔적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

6월은 참으로 제 생각대로 되지 않은 달이었습니다.

진행하고 있는 정부 과제도 생각보다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고, 아이스크림 연구도 마음처럼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마음속에서는 계속 무언가가 엉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나를 붙잡고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다른 걱정이 끼어들고, 그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의욕만 앞선 탓일까요? 아니면 애초에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잘하고 싶었던 걸까요?

코레일 부하 테스트가 이번 달에 진행되었습니다. 새벽 테스트가 많아져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든 편이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방황하고 있는 저를 많이 붙잡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교적 명확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많이 해왔던 작업이라 그런지 업무상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물론 상황마다 변수는 있고, 테스트라는 일이 늘 예상처럼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게는 익숙한 영역입니다. 요즘은 AI가 많이 도와주고 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혼자 오래 붙잡고 있어야 했던 정리나 분석도 이제는 조금 더 빠르게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도구가 좋아져도, 어떤 결과를 보고 무엇을 의심할지, 어떤 말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지, 어디까지가 문제이고 어디부터가 해석인지 판단하는 일은 아직 제 몫입니다. 그래서 익숙한 일임에도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정부 과제의 경우에는 일단 진행은 하고 있습니다. 절반이 지난 지금, 솔직히 말하면 막막할 뿐입니다. 괜히 받았다는 생각을 지난 3월부터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혹여나 미래의 제가 또 정부 과제를 받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을 보고 멈춰주었으면 합니다.

대부분의 업무는 문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현장에 가야 하는 경우도 많고,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조율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결과물보다 과정이 더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쉬운 돈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제가 정말 원해서 받은 일이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이끌리듯 맡게 된 일에 가까웠습니다. 그게 아마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납득하지 못한 일을 계속해야 할 때,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지치는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싫은 건 싫다고 말해야겠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해서 이렇게 힘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스크림 연구는 짧게 짧게 하고 있으나, 생각보다 머리가 복잡하여 집중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조급함도 있습니다. 3월부터 시작한 연구가 아직 완벽한 레시피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력감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습니다. 맛을 상상하고, 재료를 조합하고, 작은 차이를 기록하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체가 실패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나를 만들고 나면 다음에는 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좋아지지 않으면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방향성을 언제부턴가 놓친 것 같습니다. 레시피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그냥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계속 연구하는 사람이고 싶은 것인지 헷갈렸습니다.

다른 방법은 사실 없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하루에 하나씩 만들어보는 방법뿐일 겁니다. 대단한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그냥 기록하고, 비교하고, 조금씩 조정하는 것. 결국 제가 해야 하는 일은 그런 반복일 겁니다.

하지만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늘 다릅니다. 그래서 요즘은 거창한 목표보다, 다시 손을 움직이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레시피가 아니라, 오늘 하나를 만들어보는 것.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적어두는 것.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그런 단순한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쓰다 보니 핑계만 이리저리 쓴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 상태가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 하고 싶지만 의욕은 잘 생기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불안한 상태. 해야 할 일 앞에서는 몸이 무거워지고, 하지 못한 일 앞에서는 마음이 조급해지는 상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자꾸 제자리에서 같은 생각만 반복하는 상태.

그래도 이렇게 적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기대했던 만큼 빠르게, 제가 원했던 만큼 멋지게 해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6월은 그런 달이었습니다. 버티고, 미루고, 다시 붙잡고, 또 조금 놓치는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완전히 멈춘 달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이렇게 남겨둘 수 있을 만큼은 지나왔습니다.

7월에는 조금이나마 괜찮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대단히 좋아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덜 무거웠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에 하나라도 다시 손을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은 더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회고는 미래의 나에게 쓰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기록이 되었으면 합니다.

늘 잘 해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 자주 흔들리고, 자주 막막해하지만, 결국 다시 책상 앞에 앉는 사람. 그 정도의 기록으로 남아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